작가님에게 또 속고 말았습니다.
완전히 허를 찔린 느낌이랄까요?
사실 작가님이 일부러 작품을 혼동에 빠뜨리려는 것 아닌가 하는 것은
아래 올린 그림을 보시면 아실 수 있지만 글벌레가 이전의 포스팅에서 언급을 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림으로 캡쳐한 이전 포스팅]
그러나 이렇게 예상을 했었음에도, 신데렐라 언니가 16회, 17회에서 너무 엉망으로 흘렀기 때문에
작품 자체가 결말을 어떻게 낼지 몰라서 무너지고 있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나 2010년 5월 27일에 방영된 신데렐라 언니 18회를 보자 모든 것이 작가님의 의도된
집필이었음을 알 수가 있었습니다. 이 글에서는 그에 관하여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홍기훈은 정말 마지막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 |
홍주가 본부장에게서 넘겨받은 자료를 이용해 대성참도가를 구하기 위하여
형 기정을 만나러 가기 직전의 기훈은
<그거 알아? 나도 좀 겁나. 겁나두 피하지 않을거야.잘하고 올게.>라고 은조에게
말을 합니다. 형 기정에 대하여 누구보다도 잘아는 기훈은 형을 곤경에 빠뜨리려 가는
이 길에서 어쩌면 자신이 온전히 은조 곁으로 다시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을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그의 이런 두려움이,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은조 곁에서의 시간들을 자신에게,
은조에게 의미가 있는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을 하게 만들었는지 모릅니다.
그리고 또 은조에게 웃는 자기의 모습을 남겨주고 싶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런 기훈의 이유들이 마치 무뇌아처럼
은조 곁으로 다가가는 기훈의 모습을 만들어 낸 것으로 보이고요...
누에가 껍데기를 벗는 고통을 끝내고 나비가 된 효선 . |
기정에게 참도가의 주식을 넘기기로 합의를 본 대성가의 문중 사람들은 은조와
효선에게 그 사실을 통보하러 오고
이 자리에서 애미 행실이 올바르지 못한 은조가 자신들에게 말할 자격이 있는가?
하는 이야기까지 나오게 됩니다.
이 말을 들은 효선은
<우리 엄마 함부로 말하지 마세요, 할머니.
우리 엄마 행실 따라다니면서 본 적 있으세요? 할머니? 증거 있어요? 본 사람 있어요? 같이 사는 제가 아니라는데, 우리 엄마가 그랬다면 절대 용서할 수 없는 사람이 전데 제가 아니라구 몇 번이나 말씀드렸잖아요? 설령 그랬대두, 만에 하나 그런 일이 있었다 해두, 절대 그런 말씀 입에 담으시면 안 되죠. 제 동생 준수를 봐서래두 그러시면 안 돼죠. 할머니.>라면서 강하게 강숙을 옹호합니다.
이런 강한 효선의 항의에 준수가 대성이 자식이 맞긴 맞아 하는 이야기까지 나오자
은조는 충격을 받고 쓰러지려 하는데 효선이 은조를 잡아 줍니다.
그리고 어디론가 달려가려는 은조를 잡고 도가를 살려야 하지 않냐면서
은조를 다잡는 역활을 해냅니다.
그리고 밤에 은조와 이야기를 나누던 효선은 할 말이 있다며 은조를 자기 방에 데려다 앉힙니다.
그리고 자기의 보물 상자, 기훈이 은조에게 전해 주라던 편지를 던져 넣은 그 보물 상자를
은조 앞에 뒤집어서 펼쳐 놓습니다.
그리고 자기의 친엄마 옷을 보여 주면서, 그 옷을 입은 강숙을 보자 효선, 자신은
강숙을 너무 가지고 싶었다. 가지지 못하면 죽어 버릴 것 같았다.
그런데 가진다는 것은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두려움도 수반하는 것이다라고 말을 합니다.
자기는 그렇게 자기만 알고
빼앗기지 않으려고만 한 사람이었다고 말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랬던 효선이 지금, 이 순간에는 자기가 감추었던 편지를 은조가 발견하도록
은조의 시선을 기훈의 편지로 돌리도록 하는 것이었습니다.
편지 옆의 신발 옆의 수첩을 집어든 효선은 은조가 그 편지를 발견하고 읽는 것을 보고는
, 마치 그 표정이, 모든 것을 이루었다 같은 표정을 짓습니다.
자기만 알던 효선이, 그래서 스스로를 들들 볶아 대던 효선이 엄마를 옹호하고 은조를 다잡는 과정 중에
드디어 남을 배려하는 마음까지도 가지게 된 것입니다.
고치를 뚫고 나와야만 살 수 있었던 누에 같았던 효선이가,
드디어 그 껍데기를 허물어 내는 성장통을 끝내고 나비가 된 것이었습니다.
이제 고치를 뚫고 자신의 마음의 가족 옆에 나비로 다시 선 딸 형제가 된 겁니다.
그런데 드라마가 감탄스러운 점은, 이 드라마에서 가장 큰 복선은 편지였다는 것입니다 .
위에 그림으로 캡쳐한 글벌레의 이전 글을 보면, 글벌레는 효선이 기훈을 은조에게 양보하는
모습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작가님께서는 그런 과정을 위하여도 편지를 예비하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게다가 이 편지는 은조와 효선을 진정한 친자매로 묶는 튼튼한 동아줄의 역할까지 해내었다고 보입니다.
자기 이름을 부르면서 새처럼 울던 은조가 강해지다 . |
아직은 새아버지 구대성에게도 기대지 못해서 정말 의지할 곳도 없던 은조 .
그래서 기훈이 떠난 날 물가에 무릎 꿇고 앉아 울면서도 부를 이름조차 없어 <은조야. 은조야.>
하면서 자기 이름을 부르며 새처럼 울던 은조.
그렇게 은조는 불쌍한 아이였습니다.
먹고 살기 위하여 자기 마음의 상처들을 비용으로 지불하면서, 겨우겨우 먹을 것을 입에 넣을 수 있었던 그런 은조였습니다.
그래서 시청자들은 은조랑 함께 그렇게 울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랬던 은조가 자신을 잡아달라고 애원을 하는 기훈의 편지를 읽으면서
자기만이 그렇게 힘들었던 것은 아니구나. 새처럼 자기 이름을 부르며 울던 겨우 열여덟 살짜리 소녀를
지푸라기처럼 잡던 사람도 있었구나 하는 것을 느끼면서 기훈에 대한 그림움과 사랑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은조는 강해집니다. 이제 자기 가족과 더불어 사랑하는 사람도 지킬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새처럼 울던 은조는 강해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게 강해진 은조는 대성참도가를 처리하는 동안 기훈을 감금해 놓으려던 기정과 담판을 벌입니다.
홍주가를 검찰에 고발할 터이니 너희 죄에 납치죄도 추가되지 않으려면 기훈을 풀어 주라고 합니다.
가슴은 찢어지지만 그래도 자료와 기훈을 직접 바꾸는 방법 대신에 그런 방법을 택할 수
있을만큼 은조는 강해졌던 것입니다.
그렇게 기훈을 구해낸 은조는 이제 자기 사랑을 표현하는 데도 주저를 하지 않습니다.
움츠리고 앉아서 자기 이름을 부르며 울던 은조가 아버지 구대성 덕분에 그 움츠림은 폈지만,
그래도 은조는 겉으로만 강한 척할 뿐, 사실은 속으로는 여전히 자기 이름을 부르며 우는 약한 새였던
겁니다. 그런데 이제 은조도 진짜로 강해진 겁니다. 자기 자신을 그냥 활짝 펴서 보여 줘도 두렵지
않을 만큼 말이죠.
강숙, 은조와 효선을 그리워하다. |
친구의 식당에서 설겆이를 하던 강숙은 은조와 효선이 머리 속에 떠올라 설겆이에도 집중을 하지 못합니다.
언제나 세상의 중심에 자신만을 세워놓고 부처님, 하나님과 맞짱 뜨는 반열에서
살아온 강숙이었지만, 어느 틈엔가 그녀는 딸들을 그리워하는 큰 모정을 가진 엄마가 되어 있었던 겁니다.
아직 갈 길들은 남았다. |
18회에서 은조와 기훈이 홍조가로부터 대성참도가를 구해 내면서 자신들의 사랑을 확인하는 것으로
드라마는 더는 할 이야기가 없어 보이지만, 사실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그 첫 번째는 은조와 효선 그리고 강숙의 애정의 확인입니다.
글벌레는 이전 글
2010/05/20 - [영화,책,기타등등] - [ 신데렐라 언니 ] 효선 , 강숙과 피를 나눈 모녀 사이가 되나 ?에서는
효선의 변화를 위해서는 강숙의 헌신이 필요하지 않나 하고 여겼습니다만
효선은 스스로 들들 볶이는 성장통을 겪으면서 이제 남을 배려할 수 있는 사랑을 가진 사람이 되었습니다 .
아빠 구대성이 하던 그런 사랑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된 것이죠. 그리고 강숙은 강숙대로
은조에게 잘못한 자신을 뼈저리게 뉘우치면서 진정한 모정을 가진 엄마로 변신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므로 이 셋의 모녀지간의 사랑의 확인의 길은 쉽게 보입니다.
효선은 기훈을 은조에게 밀어 주었습니다. 그러므로 기훈을 사이에 놓고 은조와 효선의 또 다른 갈등은
생기지 않겠지만, 효선이 아직 모르는 것이 하나 있으니, 그것은 기훈이 홍주가의 사람이라는 겁니다.
기훈이 자기 아빠를 죽게 만든 홍주가의 사람이라는 것을 모르는 효선이 기훈이 그렇다는 것을 알게 되면
그 갈등은 아주 쉽게 풀릴 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19회와 20회는 궁지에 몰린 홍주가의 작은 반동에 대한 참도가의 대처와
다시 일어서면서 흥하는 참도가의 행복한 모습 속에 서로의 애정을 확인하는 모녀지간의 모습,
그리고 그 행복과 애정 속에 기훈에 대한 효선의 갈등을 녹이는 방향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입니다.
To Be the Legend ? |
일반적으로 극 속의 반전은 치밀한 구성을 가지고 복선들을 깔아 놓으므로써 극 안에서 일어납니다.
그런데 신데렐라 언니의 경우는 그것이 의도된 것이든, 아니든, 또 어떤 평가를 받을지도 모르고
구설에 오를 수도 있는 일로도 보이지만, 드라마의 반전을 드라마 안이 아닌 시청하는 시청자들의
마음 속에서 일으킵니다.
16회와 17회를 시청한 저는, 드라마가 이게 뭐야? 작가가 뒷심이 부족하구나.
이걸 계속 봐야 하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신데렐라 언니의 매력은 자근자근 씹어서 삼켜 버리고 싶은 길고 섬세한 대사, 그리고 그 대사 아래에
애절하게 깔리는 배경 음악에 있었는데, 16회와 17회에서는 그런 대사들 자체가 사라져 버린 느낌에다가
내용도 효선을 중심으로 쌩뚱맞게 돌아갔었습니다. 그런데 17회 바로 하루 뒤에 방영된 18회에서는
신데렐라 언니 원래의 매력이 힘차게 부활을 합니다. 그것도 은조를 통해서 부활을 합니다.
은조의 대사, 독백 하나하나가 도로 자근자근 씹어서 삼켜 버리고 싶을 만하게 이어지고,
은조의 한마디한마디가 또 다시 시청자들의 가슴 속에 공감의 울림을 만들어 냅니다.
또 그 대사들에 애절한 배경 음악들이 깔립니다.
이게 뭐야? 하던 저는 18회를 보고 할 말을 잊고 말았고요.....
드라마의 대본이라기 부르기에는 너무나 문학(Legend)적입니다.
16회와 17회를 너무 엉망으로 만들어 버린 것을 별론으로 한다면, 저는 드라마를 이런 식으로
반전시키는 경우를 본 적이 없었습니다. 드라마란 게 한 번 뒷심이 부족해서 나락으로 떨어지면 대개 경우
그것으로 끝입니다. 멀리 기억을 더듬어 보면 <에덴의 동쪽>이 그랬고, 가까이 더듬어 보면
<제중원>이 그랬습니다.
시청자의 실망을 딛고 힘차게, 드라마 안에서 일어나는 반전보다 더 강한 드라이브를 걸어서 반전한
드라마가 바로 신데렐라 언니입니다. 이런 드라마는 전무했기에 다음주 방영분들만 잘 마무리한다면
어쩌면 이 드라마는 전설(Legend)로 남을지도 모릅니다.
다음주 마지막 주의 방영분들에서도 신데렐라 언니가 유종의 미를 거두어 전설로 남기를
강한 희망으로 남겨 보면서 이 글을 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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