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진] 닥터 진이 재미없을 거 같은 이유

 

 

 

MBC에서 지난 토요일부터 닥터 진이라는 드라마를 방영하기 시작했습니다 .

 

닥터 진 1회를 보면 머리에 붕대를 감은 의문의 남자 ,

닥터 진이 수술을 한 의문의 남자가 등장을 하는데요 .

 

그가 닥터 진 자신일 거란 것은 드라마를 본 누구나가 다 아실 수 있는 내용이었을 겁니다 .

아마도 조선에서 영래(박민영 분)를 그가 치료를 해야만 하는 상황이 되었기 때문에
그는 조선으로 돌아가 영래를 치료하기 위하여 의료 기구들과 마취제를 바리바리 싼 것일 터인데요 .

 

자신이 병원 옥상에서 떨어져
1860 년대 조선으로 갔었다는 걸 기억하는 그는 또 다시 조선으로 돌아가기 위하여
병원 옥상으로 올라갔다가 과거의 자신과 만납니다 .

그리고 결국 몸싸움을 하다가 과거의 자신이 병원 옥상에서 떨어져

 

머리를 붕대로 깜싼 진혁의 과거인 닥터 진이 과거 조선으로 가게 되는데요 .

 

여기서

하나 생각을 해 볼 것이
머리에 붕대를 깜싼 그가 병원 옥상에서 과거의 자신을 보았을 때
그는 바로 그 순간이 자기가 과거로 가게 된 순간이었다는 걸 알았을 겁니다 .

그렇다면 그 순간 그는 과거로 되돌아간다고
과거의 자신과 싸우는 대신에 그로부터 도망을 쳐야만 했습니다 .

그랬다면 그가 과거로 가는 일은 일어나지를 않았을 것이고 ,
그가 과거로 가지 않았기 때문에

모든 일들에 변화가 생겨서
과거의 영래와 현재의 미나가 다치는 일은 일어나지도 않았을 겁니다 .

그리고 머리에 붕대를 감싸고 고통을 받고 있을 그 자신도
자연스럽게 없어졌을 거란 겁니다 .

그리고 진혁은 조선의 기억은 없이 삶을 이어갔겠죠 .

 

그럼에도 불구하고 머리를 붕대로 감싼 미래의 진혁은
과거의 자기 자신과 무모하게 몸싸움을 벌여
또 다시 없는 게 나을 과거를 생성합니다 .

이런 면에서 본다면 자기 자신이 스스로를 과거로 보내는
진혁은 돌머리일 확률이 가장 큽니다 .

 

물론 이러한 저의 주장에 대하여 누군가는
닥터 진 , 진혁이 과거로 가서 조선에서 했던 일들은 이미 일어난 일이므로
진혁은 과거의 자신을 조선으로 보낼 수밖에 없었다고 할지도 모릅니다 .

 

그런데 (제가 물리학은 정말 잘 모르는 분야이지만)
양자역학의 불확정성의 원리에 따르면

예를 들어 우리가 아는 물질의 계층 중에 가장 최하위 계층인 소립자 또는
그 이하 수준에서 우리가 법칙이라고 말하는 것과는 다른 현상이 일어난다 해도
그 상위 계층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합니다 .

 

쉽게 말하면 우리 몸을 이루는 분자 몇 개가 미쳐 돌아간다고 해도
우리 몸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는 말이죠 .

 

이걸 평행 우주에 그대로 대입을 해본다면

예를 들어 우리와 함께 진행이 되고 있는 우리의 평행 우주인 임진왜란 당시의 우주에서

이순신 장군이 전사를 하지 않고 , 선조와 힘겨루기를 해서 선조로부터
왕위를 찬탈했다고 해도 , 이 우주에 사는 우리는 이순신 장군은 여전히
임진왜란에서 전사를 한 거로 기억을 할 거란 겁니다 .

물론 이순신 장군이 전사하지 않고 왕이 되는 걸 역사의 기반으로 삼는
또 다른 평행 우주가 생성되는 것은 별론으로 하기로 합니다 .

 

이런 면에서 보아도 진혁이 그 자신을 과거로 돌려보내야 할 필연적인 이유는 없습니다 .

 

그러면 또 누군가는 진혁이 과거로 되돌아가 영래와 당시의 민중을 돕고 싶은 마음이
컸기 때문에 되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했을지 모른다고 할지 모릅니다 .

(진혁이 영래보다는 미나를 먼저 생각했어야 하는 것이 당연함은 언급을 않겠습니다 ....)

그런데요 .

영래의 경우에는 이미 앞서서 언급을 했으므로 다시 언급 안 하기로 한다면

과거의 사람들을 그의 의술로 돕는 것이

좋은 일이라고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

 

예를 들어 

인간의 역사에 히틀러라는 사람은 없었다고 가정을 해봅시다 .
그가 역사에 존재하지 않은 이유는 그가 열 살 때 아파서 죽었기 때문이라고 가정을 해봅시다 .
그런데 그가 열 살이 되기 전에 그 당시의 독일로 마치 진혁처럼 어떤 독일 의사가 가게 됩니다 .
그리고 우연히 죽어야 할 그를 살리고 맙니다 .

일이 그렇게 된다면 그 독일 의사는 그 당시의 독일인들을 위하여
좋은 일을 한 게 아니고

후세의
전 독일 국민 및 전 세계인에게 큰 죄를 지은 게 되는 겁니다 .

 

지금까지 닥터 진에 대하여 이런저런 상상을 해보았는데요 .

사실 지금까지 살펴본 걸로만 보아도
닥터 진이 상당히 상상력이 부족했던 일본 만화가의 원작을
그 기반으로 삼은 건 잘못이라는 걸 알 수가 있는데요 ...

 

그런데
사실 닥터 진이 재미가 없을 거 같은 가장 큰 이유는

이런 상상의 여지조차도 없다는 거 외에도

 

닥터 진이란 드라마가 그 내용을 과거로 돌아간 진혁이 펼칠 의술에
큰 비중을 둘 거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

 

조선으로 돌아간 진혁은 단 하루만에
벌써 기관지 절개를 했고 , 또 뇌수술을 통해 응혈을 제거했습니다 .

그런데 솔직히 이런 내용이 재미가 있습니까 ?

의학 드라마는 질리게 본 거고 사람들은 이미 그에 식상해 있습니다 .
그런데 과거로 가서 현대 의술을 펼친다 ?
재미도 없을 뿐더러 조금만 생각을 해본다면

아무리 상상을 가마하는 드라마일지라도 말도 안 되는 이야기임을 알 수 있습니다 .

 

일단 진혁이 돌아간 조선은 상당히 지저분했을 겁니다 .
그런 환경에서는 소독이라고는 뜨거운 물 붓고 끓이는 정도를 거쳐서
외과적 시술을 한다면

그가 시술한 환자들은 백이면 구십 이상은 염증 때문에 죽고 말 겁니다 .

 

현대는 무균적인 수술실 , 수술 기구를 소독하는 오토클레이브 ,

그리고
여러 소독약을 사용하면서도

그 후에도 불안해서 외과적 시술을 한 환자에게는 항생제를 복용시킵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술 후 염증 반응을 보이는 환자들이 생길 것인데요 .

 

사실 염증 반응을 막는데 가장 큰 역활을 할 것은
오토클레이브에 끓여진 수술 기구도 , 무균실 같은 수술실도 아니고 항생제일 겁니다 .

요즘 사람들은 마치 무슨 항생제를 먹으면 그게 독이라도 될 거처럼
항생제를 안 좋은 것으로만 여길 수도 있을 거 같은데요 .
그래서 항생제도 없이 시술을 할 닥터 진을 더욱 명의로 볼 수도 있고요 .

 

물론 항생제도 약이다 보니 부작용은 있습니다 .
또 그 부작용 자체가 우리가 생명인 거처럼 항생제에 감수성을 가지는 세균들도
생명이기 때문에 일어나는 경우가 많고요 .

그런데 이 항생제라는 게 하는 일은 감염 및 염증의 원인이 되는 세균의 증식을
억제하는 겁니다 . 감수성을 가진 세균이 살기 위해 하는 물질대사의 과정들 중에
어느 한곳을 집중적으로 방해해서 세균들이 증식을 못하게 하는 겁니다 .

 

그런 면에서 본다면
조금이라도 수상하다면 무조건 항생제를 복용하는 게
아픈 이의 입장에서 본다면 그 유해성보다 효용성이 더 큽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생제의 남용을 경계하는 건
항생제가 방해하는 물질대사 과정을 우회하는 세균의 출현을 경계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

 

예를 들어 이런 겁니다 .
A라는 항생제를 1이라는 사람이 먹고 있는데
1이 치유되는 과정에서 A 항생제가 방해하는 물질대사 과정을 우회하는
세균 ㄱ이 생기고 , 이 ㄱ이 2라는 사람에게 전염이 됩니다 .
그 경우에 2라는 사람에게는 A라는 항생제는 듣지 않게 됩니다 .

A가 방해하는 물질대사 과정을 ㄱ은 가지고 있지를 않으니까요 .

이렇게 되면 A말고 또 다른 차세대 항생제가 존재하지 않는 한
2라는 사람은 꼼짝없이 죽게 됩니다 .

그런데 우리가 사용하는 항생제의 가짓수는 얼마 안 되고

차세대 항생제 개발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

항생제 남용을 우려하는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이지
그걸 먹으면 우리 몸이 막 망가지기 때문은 아니란 겁니다 .

 

그런데 하다못해 기본적인 페니실린 계열의 항생제라도 단 한 알도 없이
소독도 제대로 안 하고 , 외과적 처치를 막 해댈 진혁 같은 외과 의사가 몇 명이나 될까요 ?
 

그렇게 해서
순간적으로 목숨을 살린다 해도 결국에는 감염 때문에 시술한 사람이 죽고
그렇게 되면 이건 뭐 손댄 의사가 죽인 거처럼 덤탱이를 쓸 건데 말이죠 ...

거기다가 현대의 외과 의사들은 영상 의학 장비들을  통해서
수술 부위를 어느 정도 미리 보기(?)를 한 다음에 수술을 하는데
닥터 진은 그렇게 할 의학적 진단 장비들이라고는 단 하나도 없습니다 .
그런 상황에서 현대 진단 장비에 의존했을 진혁은 어느 정도나 자신의 의술을 펼칠까요 ?

 

차라리 제중원 같은 드라마를 보면
정말 현대적 의학의 불모지 같았던 조선 시대에
그러한 의술을 펼칠 수 있었던 의사들과 병원이 있었다는 게 신기하기라도 하지만 ,

 

단지 주사기 몇 개와 수술 도구 한 벌 그리고 마취제만으로
현대 의술을 펼친다는 내용은 일면 황당무계하기까지 한 내용입니다 .

그래서 닥터진은 재미가 없을 거로 보입니다 .

 

닥터 진이 재밌어 질려면
원작에 충실하지 말고
과거와 현재가 얽힌 부분에 대한 상상의 여지를 키우는 게 나을 거라고 여겨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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