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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리뷰

[KBS 드라마 스페셜 단막 2013] 내 낡은 지갑 속의 기억 - 오랜만에 단막극의 묘미를 보여 주다

by 글벌레 2013. 6.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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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낡은 지갑 속의 기억 : 네이버 통합검색

'내 낡은 지갑 속의 기억'의 네이버 통합검색 결과입니다.

search.naver.com

다른 사람들의 생각은 어떠할지 몰라도 저는 드라마의 꽃은 단막극이라고 생각합니다. 
 
단막극에 대한 평가나 가치는 별론으로 돌린다 해도
 
일단 단막극의 경우에는  대개 경우 70 분 정도 안의 시간에서
이야기를 끝내야 하기 때문에  그 진행 속도가 빠릅니다.
이야기 분량을 늘릴려고 질질 끄는 게 없으니
보기에 지겹지 않다는 거죠.

또 억지로 이야기의 분량을 늘릴 필요가 없으니
대개 경우 어떤 가치나 필요에 의하여 드라마에 삽입되는 것이 아닌, 순전히 이야기의 분량을 늘리고자
삽입이 되는 거로 느껴지는 불륜, 출생의 비밀 , 법적으로는 가능하다고 하지만 관습적으로는 허용하기
힘든 사랑 이야기 등등 이런 쓰잘데, 하잘데 없는 쓰레기 같은 이야기들이 들어가는 경우도
거의 없습니다 (그런데 이런 쓰레기들이 재밌긴 재밌어. 그게 문제야 ㅠ ㅜ).

또한, 한 번에 끝나다 보니 일주일을 기다려야 다음 회를 보는 지루함도 없고,
이야기가 감동적이라면 마치 한 권의 양서를 읽은 것과 같은 느낌을 곧바로 받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방송국들은 단막극에는 인색하다는 거는
단막극을 좋아하는 시청자로서인 저로서는 항상 섭섭한 일이었는데요.

가끔가다가는 연작 시리즈라면서 재미도 없는 것들을 4회 정도의 연속극처럼 내보내는
망령을 부리기도/폭거를 자행하기도 했지만, 대다수의 경우 단막극을 방영했던

KBS 드라마 스페셜이 수요일 밤 11 시 10분으로 방영 시간을 옮기면서
일단 단막극들을 방영하기 시작했습니다.

KBS 드라마 스페셜 단막극들의 경우 재미없는 것들도 꽤 많았지만,
볼만한 것들도 꽤 많았고, 간혹가다가는 꽤 깊은 감동을 주는 것들도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자주 보던 프로그램이었는데
얼마 전부터는 아마도 재방송들만 했었죠?
그래서 KBS 드라마 스페셜은 제 기억에서 잊혀지고 있었는데요.

그러다 어제 제가 본방을 보는 천명을 보고 있다가 화면 밑으로 흐르는 안내 자막을 보고
새로 시작하는 KBS 드라마 스페셜을 보게 되었는데요.

단막극에 목말라 있던 저에게는 마치 가뭄에 단비 만난 거처럼 반가운 드라마였고,
내용 또한 어디 흠잡을 데 없이 좋았기에 리뷰를 남겨 봅니다.

 

낯설다는 거.

 

낯설다는 거는 무엇일까요?

어떤 사람을 처음 만났을 때?
어떤 곳을 처음 방문했을 때?
어떤 상황을 처음으로 접할 때?

그런 때 느끼는 것이 낯설다는 거일까요?

글쎄요.
그럴지도 모르죠.
그러나 저 같은 경우에는 그보다는
내가 항상 가서 점심을 먹던 식당이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주인 아주머니도 바뀌었고, 
서빙하는 아주머니도 바뀌었을 때.

내가 항상 가서 머리를 자르던 미용실이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미용사가 바뀌었을 때.
내가 자주 가서 맥주를 마시던 호프집이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주인도, 예쁜 미소를 지으며
생맥주를 날라다 주던 아르바이트 여학생도 바뀌었을 때.

그런 순간들에 상당히 낯설다는 느낌을 가지게 됩니다.
간혹가다가는 그런 일이 하루에 두 번 이상 일어난 적도 있었는데

그런 날은
아!  오늘은 내가 사차원에서 살다가 왔나? 지금은 내 세상에 있는 거 맞아?
라는 느낌을 가질 정도로 낯설다는 게 나의 기분을 묘하게 만들었죠.

 

기억상실증이라는 거.

 

기억상실증이란 무엇일까요?

내가 누구인지 기억이 안 나서 괴로운 상태일까요?
내 지난날들이 생각이 안 나서 괴로운 상태일까요?

저는 기억상실증을 걸려 본 적은 없습니다만,
기억상실증에 걸린다면
생각이 기억이 안 나서보다는 뭔가 익숙한 것들인데 거기서 오는 낯설다는 느낌들이 더 괴로울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영재.

그는 2년 전에 있었던 교통사고로
인하여 아무것도 기억을 못하는
사람입니다.

 

그는 사고에서 회복이 된 후 자기 이름도 기억을 못했었습니다.
그는 다만 자신의 주민 등록 등본을 통하여 자신이 고아라는 걸 알게 되었고,
또 사법고시 합격증서로 자신이 사법고시에 붙은 사람임을 알뿐이죠.

현재의 그는 그가 사고가 나기 전에 운영을 하던 헌책방을 계속 꾸리며
누군가 그를 기억해 주는 사람이 연락해 오길 바라지만,
아무도 그를 찾는 사람이 없음에 절망을 하면서
어쩌면 아무도 그를 찾지 않는 건 그의 탓일지도 모른다고 여겨
기억을 되찾기도 두렵다는 생각도 하는 사람입니다.

그런 그에게 어느 날,
나 이래 봬도 B 컵이예요라고 당돌하게 말하면서 그의 관심을 끌려는
채수아라는 고 3의 여학생이 다가섭니다.

 

수아는 어려운 가정환경 속에도
명랑함을 잃지 않는 소녀인데요.
그녀는 영재가 아침 7시에 책방 문을 여는 걸
보고 등교를 하려고 매일 아침 책방 앞에 서있는 
소녀입니다.

 

영재는 그렇게 그의 관심을 끌려는 수아에게 관심조차도 가져 주지 않는데요.

수아가 여전히 그녀에게 눈길도 안 주는 영재에게 이름이 뭐냐고 묻던 날.
영재는 대답을 안 해 주지만 그때 마침, 이영재 씨하면서 들어오는 택배 기사 덕에
수아는 영재의 이름을 알게 됩니다.

택배를 받은 영재는 택배로 받은 봉투를 열어 보는데

 

그 안에는 지갑 하나.
영재의 운전면허증과 영재가 어떤 여자와 찍은 사진이 들어 있는 낡은 지갑 하나가 들어 있었습니다.

그 사진을 본 수아는 여친 있었느냐고 묻는데,
영재는 모르는 사람이라고 대답을 합니다. 너처럼 모르는 사람이라고.

친구와 미용실에 간 수아는 우연히 잡지책에서 영재에게 배달된 사진의 배경이 된 카페를
알게 되고 영재에게 함께 가 보자고 하지만,

영재는 사진 속의 그녀 또한 자신을 찾지 않은 사람들 중에 하나라며 싫다고 합니다.
그러나 결국 영재는 수아와 함께 그곳에 가게 되는데요.

 

함께 버스를 타고 가던 수아는 영재에게 아저씨 저기 좀 봐요. 진짜 멋있다하면서
집 하나를 가르킨 후에,

저런 집에서 예쁘고 어린 와이프랑 살면 행복할 거 같지 않아요라고 묻는데
영재는 왜 수아가 그를 좋아하느냐고 묻습니다.

그 물음에 수아는
처음에는 고마웠고, 그 다음에는 좋아졌구라고 대답을 합니다.
영재는 그 대답에 고맙다니라고 묻는데
수아는 그냥
그런 게 있어요라고만 대답을 합니다.


카페 주인은 사진을 보고 기억을 못하겠다고 하는데
수아는 그 카페에 붙어 있던 연인들이 남긴 메모지를 모조리 뒤져서
영재 ♥ 지우라고 적힌 메모지를 찾아내고, 영재는 그 메모지를 보고

 

그녀의 이름이 한지우란 것과 그 메모를 남기던 날,
그녀와 함께 있었던 기억을 해냅니다.

카페에서 돌아오던
영재는 버스가 병원 앞을 지날 때
지우가 죽었다는 걸 기억해 냅니다.

지우의 죽음을 기억하고
며칠 지나지 않아서
영재는 지우를 죽게 만든 건 자신이었다는 사실을,

 

자기의 욕심 때문에 지우가 죽었다는 사실까지 기억해 내고 지우가 죽었던 바로 그곳에 무릎 꿇고 앉아 오열합니다.

 

나(自我)라는 거 

 

드라마는 물욕에 눈이 멀어서 잘못된 삶을 살뻔 했던 한 청년이
자신의 본질적인 자아를 회복하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매개가 기억상실증이란 게 된 거고요.
기억상실증에 걸려서 이름도 기억 못한 영재는 욕심마저도 잊어버려서
그 어느 때보다도 순수한 자아를 가지게 되었던 거죠.

그런 자아를 지니고
자기 애인의 죽음을 기억해 내는 과정에서 
자신이 얼마나 하잘것없고 보잘것없는 사람이었는지를 깨닫고
진정한 나의 모습을 찾게 된 거죠.

자기가 애인을 죽게 했다는 회한 앞에서
그는 헌책방을 그만두고 떠나려 합니다.

그리고 그날 수아도 떠나려는 그를 배웅하려 짐 정리가 한창인 헌책방에 옵니다.
영재와 수아가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
짐 정리를 하던 이삿짐센터 직원이 영재에게 박스 하나를 주며
쓰레기인지 아닌지 구별이 안 된다고 합니다.

그 박스를 열어 본 영재의 눈에는
지우와 그가 함께 찍은 사진들, 지우가 모아 놓았던 사랑의 증표 같은 기념품 등등이 들어옵니다.

그것들을 본 영재는
그녀의 사진 한 장을 보면서
"언제나 환한 미소뿐이야 !" 라고 말하면서
자기는 그걸 간직할 자신이 없는 데, 버릴 자신은 더더욱 없다고 합니다.

 

그 말에 수아는 박스는 자신이 잘 간직하고 있을 터이니 보고 싶으면,
언제든 보고 싶으면 말하라고 합니다.

영재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인 후 짐 정리를 계속할 때
박스를 열어서 들여다보던 수아는 그만 깜짝 놀라고 맙니다.

수아는 왜 영재가 고맙고,
왜 박스를 들여다보다가 놀랐을까요?

이야기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 그 부분은
이 드라마가 보고 싶어질 분들을 위하여 언급하지 않기로 합니다.

궁금하신 분들은 드라마를 보세요 ^ ^*

정말 오랜만에 단막극이 아니라면 보여 주기 힘든 드라마의 묘미를 보여 준
드라마로 보여서 단막극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꼭 한 번 보시기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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